AI 기술은 앞으로 인류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활용하기 시작했을 때와 버금가는 수준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앞으로 100년, 아니 1,000년 동안 인류의 발전 방향을 결정할 핵심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2022년 말 ChatGPT가 처음 공개된 이후 불과 4년 정도 지났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 동안 AI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처음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스마트폰이 보급됐을 때도 세상이 크게 달라졌지만, 개인적으로 AI가 가져올 변화는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본다. 이미 금융, 의료, 제조업, 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특히 AI가 기존 기술과 다른 점은 AI 자체가 새로운 AI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현재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무한히 발전하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AI가 연구개발과 기술 개선을 주도하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발전 속도는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질 수 있다. 이른바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나 초지능의 등장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을 가장 먼저 확보하는 국가는 어떻게 될까? 나는 AI가 앞으로 국가 간 경제력과 군사력,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미국이고, 그 뒤를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과연 중국을 이미 이겼을까?
미국이 AI 경쟁에서 유리한 이유
현재 AI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을 보면 미국의 경쟁력이 확실히 강하다. OpenAI, Google, Anthropic, Meta 등 세계적인 AI 기업들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고, AI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역시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다.
AI 기술은 뛰어난 알고리즘만 있다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학습시키고 운영할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설비까지 갖춰져야 한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대 기술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고, 전 세계의 우수한 연구인력도 미국으로 모여든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첨단 AI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을 개발하고 싶어도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개발 속도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AI 경쟁력을 단순히 반도체 성능이나 보유량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동일한 자원을 이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환경에서도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
개인적으로 중국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단순히 기술력이 아니다. 바로 국가 차원에서 특정 산업을 장기간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정치·경제 시스템이다.
중국은 중국공산당 중심의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처럼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에 따라 집권 세력이 수시로 바뀌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중국 역시 지도부와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고, 국가가 추진한 산업정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핵심 산업을 선정하면 상당한 기간 동안 자금과 인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로봇 등 다양한 산업에서 보여준 발전 속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해외 기업들의 기술을 따라가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같은 산업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AI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 기업들이 최고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율적인 AI를 대량으로 보급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DeepSeek와 같은 중국 AI 모델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AI가 대중화될수록 최고 성능의 모델만큼이나 비용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필요한 업무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면 굳이 가장 비싼 AI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가장 뛰어난 AI 모델을 개발한다고 해서 반드시 AI 시장 전체를 독점하게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AI 패권전쟁은 결국 산업 전체의 경쟁이다
AI 경쟁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ChatGPT 같은 생성형 AI나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앞으로는 AI를 실제 산업에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AI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발전소와 전력망도 필요하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로봇 기술까지 결합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가 단순히 컴퓨터 안에서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고 물건을 만들거나 작업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다.
이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가 지금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AI 소프트웨어와 첨단 반도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로봇을 생산하기 위한 모터, 배터리, 센서, 정밀기계 등 다양한 부품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고, 이를 적용할 제조현장도 많다.
결국 AI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는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AI를 개발하더라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공급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경제적 성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약점은 오히려 정치 시스템 아닐까?
미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들과 자본시장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막대한 민간자금이 빠르게 투자되고, 성공한 기업은 전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장기적인 국가 산업정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에 따라 정치권력이 바뀐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에너지, 환경, 무역, 산업지원 등 여러 정책에서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이 수정되거나 폐기되는 일도 발생한다.
AI 산업은 몇 년 안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전력망을 확충하거나 첨단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면 오랜 기간 일관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유로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뀐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국가가 산업 발전 방향을 정하면 상대적으로 장기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AI처럼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이런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이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기 어렵고, 과잉투자나 자원 낭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미국은 정치적인 갈등이 있더라도 민간기업 간 경쟁과 혁신을 통해 기술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될 AI 패권경쟁에서 국가 정책의 지속성이 생각보다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연 미국은 중국을 이길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미국이 AI 기술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AI 기업들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고, 첨단 반도체와 막대한 투자자금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우위만으로 미국이 이미 승리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과거에도 미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던 산업에서 일본이나 한국,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추격해 경쟁 구도를 바꿔놓은 사례가 많았다. 특히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산업화하는 능력을 보여왔다.
앞으로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델 간 성능 차이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경쟁의 기준도 달라질 것이다.
미국이 최고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앞서더라도 중국은 이를 실제 산업현장과 제품에 대규모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우위를 바탕으로 그 격차를 더욱 벌릴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을 단순히 미국 기술을 따라 하는 국가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미국이 여러 핵심 분야에서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과 국가 차원의 투자 능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AI 경쟁에서 반드시 한 국가만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반도체, AI 모델, 로봇, 제조업 등 분야별로 서로 다른 국가와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가장 먼저 뛰어난 AI를 개발하느냐뿐 아니라, 누가 그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해 경제적 성과로 연결하느냐는 것이다.
AI가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을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는 큰 의심이 없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 경쟁에서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현재 미국이 앞서 있지만, 앞으로의 경쟁에서 중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진짜 승부는 AI가 제조업과 로봇, 에너지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시점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